[마지막]제14화 : 낙인의 유래, 그리고 길들여진 심장
민호의 발칙한 폭주를 단 10분 만에 도륙해 버린 태윤은, 비서실에 지시해 CEO 집무실의 커튼을 완전히 내리고 외부 차단 보안 모드를 활성화했다. 웅장하던 통유리창이 암막으로 가려지며, 집무실은 순식간에 과거 두 사람이 처음 대면했던 저택의 어두운 지하실과 같은 밀폐된 공간으로 변모했다.
의자에 깊숙이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던 연호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며 연기 너머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태윤을 향해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질문을 던졌다.
"강태윤…… 대체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내 취향을 알고 있었고,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거지?"
태윤은 연호가 내뿜은 담배 연기를 손으로 가볍게 밀어내며, 기괴할 정도로 차분한 연륜의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은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전 도련님이 서강그룹의 이름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날뛰던 3년 전, 그 음침한 지하 성향자 클럽 '비밀룸'의 VIP 명단을 관리하던 총괄 실장이었습니다."
연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태윤은 천천히 걸어와 연호의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의 도련님은 참으로 철부지 같고 오만했습니다. 돈과 권력만 믿고 아무 기구나 몸에 채운 채, 바깥의 늑대들이 도련님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도 모르고 방탕하게 구셨지요. 그날 밤, 술에 취해 클럽 한구석에서 다른 성향자들에게 약점이 잡혀 영혼까지 털릴 뻔한 도련님을 음지에서 조용히 구해낸 것이 바로 저였습니다."
태윤의 눈빛에 묵직한 소유욕이 서렸다.
"아버님(서강그룹 회장)의 의뢰로 도련님의 전담 메이드가 되기 전부터,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 고귀하고도 나약한 인형을 바깥의 추악한 자들에게 찢기게 두 바에야, 차라리 내 손으로 가장 완벽하게 조교하고 사육하겠다고. 가혹한 전격과 구속은 도련님을 향한 제 처벌이자, 동시에 바깥세상의 독으로부터 도련님을 격리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울타리'였습니다."
태윤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진실은 연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과거의 자신은 그저 돈만 많은 철부지였고, 자신의 성향을 배설하기 바쁜 통제 불능의 양아치였다. 하지만 태윤의 지독하고 가혹한 훈련을 거치며 연호의 사상과 마인드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그동안 난 태윤 씨가 날 괴롭히기만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진짜 잔인한 건 내가 믿었던 민우 같은 녀석들이었지.'
연호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비록 지금은 정조대가 풀려 있었지만, 하반신에는 태윤의 손길이 남긴 묵직한 감각이 문신처럼 각인되어 있었다.
과거의 연호였다면 이 자유를 틈타 다시 방탕한 클럽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연호는 올바른 철학과 책임감을 가진 CEO였다. 자신이 만든 합법적인 플랫폼을 통해 자신과 같은 성향자들과 보추 아티스트들을 음지의 위협으로부터 구원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생겼고, 행동 하나하나에 서강그룹 후계자다운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이 모든 내면의 성장은, 역설적이게도 태윤이 가한 극강의 규율과 통제가 연호의 유약한 정신을 단단하게 벼려낸 결과였다.
"내가 철부지처럼 살지 않도록…… 내 영혼에 뼈대를 세워준 게, 결국 당신이었다는 뜻이네."
연호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과거의 원망은 어느새 사라지고, 태윤을 향한 시선에는 기묘한 존경과 깊은 이해가 담기기 시작했다.
"도련님, 마인드가 아주 올바르게 잡히셨군요. 상을 드려야겠습니다."
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호의 넥타이를 부드럽게 풀어내렸다. 과거의 연호였다면 공포에 질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겠지만, 지금의 연호는 달랐다. 태윤의 두꺼운 손가락바닥이 뺨을 쓸어내릴 때, 연호의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피학적 공포가 아니었다. 자신을 세상의 모든 위협으로부터 완벽하게 방어해 주고, 자신의 추악한 본성까지 온전히 품어주는 이 거대한 남자에게 느끼는 지독한 사랑과 의존성이었다. 태윤이 주는 고통은 이제 달콤한 구원이었고, 그가 채워줄 목줄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안식처였다.
"태윤 씨……."
연호는 스스로 의자에서 내려와, 태윤의 단정한 구두 발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태윤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자신의 뺨에 갖다 대며, 매혹적이고도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날 다시 묶어줘. 당신이 만든 그 울타리 안에서, 평생 당신의 규칙 대로 살 테니까. 대신…… 절대로 내 곁을 떠나지 마."
스스로 목줄을 넘기며 사랑을 고백하는 도련님의 모습에, 태윤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완벽하게 사육된 인형이 마침내 포식자를 향해 심장을 바치는 순간이었다. 태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새로운 마스터 오토락 정조대를 꺼내어 연호의 골반에 부드럽게 채워 넣기 시작했다. 강남 한복판의 요새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