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어떤 소설은 독자를 안전한 관객석에 두지 않는다. 청예 작가의 신간 『주와 연』이 그렇다. 이 책에 대해 감히 말하건대 가장 완벽하게 이 소설을 즐기는 방법은 그 어떤 사전 정보도 리뷰도 읽지 않은 채 날것의 상태로 첫 장을 펼치는 것이다. 입을 벌리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실로 오랜만에 만난 압도적인 소설이다.
도입부는 장재현 감독의 영화 사바하를 떠올리게 한다. 기괴하고도 매혹적인 오컬트적 분위기가 작품 전반을 지배하며 단숨에 독자의 멱살을 잡고 미스터리의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간다. 핏빛 서사와 저주, 환생이라는 장르적 장치들이 서늘하게 빛나며 기분 좋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묘미는 중반 이후부터다. 오컬트라는 장르적 장치는 거대한 서사를 열기 위한 문에 불과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에는 인간과 인간이 맺을 수 있는 가장 비틀리고도 밀도 높은 인연의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갈구하고 상처 입히면서도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작가는 이 잔인하도록 촘촘한 감정을 단 한 올의 빈틈도 없이 꽉꽉 채워 넣었다. 서사가 전개될수록 독자는 인물들과 함께 깊은 심연으로 추락하게 되는데 놀라운 것은 그 추락의 끝에서 기어코 이상하리치만큼 눈부신 ‘구원’을 목격하게 된다는 점이다. 나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서사가 동시에 나를 구원하는 이 역설적인 카타르시스는 오직 이 작품만이 줄 수 있는 특권이다.
밀도 높은 서사가 주는 쾌감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무것도 찾아보지 말고 지금 당장 이 지옥 같고 천국 같은 인연 속으로 뛰어들기를!